마쯔다 로터리 엔진
10년 만에 부활했다
그런데 EV용이라고?

현행 자동차에 탑재되는 엔진은 기통수와 연료 종류, 과급 여부 등에 따라 수없이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대부분 실린더 내에서 피스톤이 왕복 운동을 통해 동력을 생성하는 왕복 엔진이라는 점이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연료 공급, 점화, 냉각 등 모든 계통에서 무수한 변화를 거쳐왔지만 이러한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때 왕복 엔진과 구조가 완전히 다른 엔진이 존재한 시절이 있었다. 일본 완성차 제조사 마쯔다가 본격적으로 양산한 반켈 엔진, 일명 로터리 엔진은 회전 운동만으로 4행정을 완벽하게 수행해냈으며 기존 엔진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장점과 매력을 갖고 있었다. 비록 복합적인 이유로 단종되었지만 최근 10년 만의 부활이 예고되어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은다.

소형 전기 SUV ‘MX-30’
발전용 로터리 엔진 얹었다

외신 모터 1(Motor 1)의 21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마쯔다는 소형 전기 SUV ‘MX-30’의 레인지 익스텐더 모델 ‘R-EV’ 출시를 예고했다. 레인지 익스텐더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로 차량에 탑재된 소형 내연기관이 전력을 생성해 주행가능거리를 늘려준다.

이쯤에서 감이 왔겠지만 MX-30 R-EV에는 로터리 엔진이 탑재된다. 하지만 엄밀히 PHEV나 다름없는 데다가 로터리 엔진은 바퀴를 직접 구동하지 않고 배터리 충전용으로만 쓰이는 만큼 출력이 38마력에 불과하다. 로터리 엔진 특유의 고회전 사운드와 운전 재미를 기대했던 마니아들에게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로터리 엔진을 온전히 구동용으로 쓰는 시대는 앞으로 더 이상 오지 않는 걸까?

시초는 독일 NSU
양산은 마쯔다

우선 이를 논하기에 앞서 로터리 엔진의 배경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독일 엔지니어 펠릭스 반켈(Felix Wankel)이 1951년 선보인 로터리 엔진은 당시 그가 일하던 독일 자동차 제조사 ‘NSU’가 1964년부터 승용 세단 Ro80에 얹어 상용화했다. 기존 엔진의 실린더와 피스톤에서 벗어나 챔버와 로터로 구성된 간단한 구조였으며 커넥팅로드 대신 메인 샤프트와 유성기어가 동력을 전달했다.

당시 로터리 엔진은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았지만 NSU는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로터리 엔진 개발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한 나머지 차량 판매 수익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마쯔다에 기술제휴를 해주며 로열티로 어느 정도 버텼지만 결국 1985년 아우디에 완전히 흡수되며 명맥이 끊기게 된다. 한편 마쯔다는 NSU와 라이선스를 체결한 1967년 자사 최초의 로터리 엔진 양산차 ‘코스모’를 출시했다. 코스모는 로터리 엔진을 얹기 위해 개발된 첫 양산차로 기록됐다.

장점만큼 많았던 단점
결국 구동용 엔진 단종

로터리 엔진은 스포츠카에 최적화된 장점을 갖고 있었다. 동일한 배기량의 왕복 엔진 대비 약 2배 정도의 출력을 낼 수 있어 소형화, 경량화에 유리했고 배치 자유도도 높았다. 또한 회전 운동만으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만큼 10,000RPM을 넘기는 고회전이 가능했던 데다가 회전 질감도 훌륭했다. 그러나 단점도 장점 못지않게 많았는데 챔버 자체가 마모되는 내구성 문제가 가장 컸다. 에이펙스 실(Apex Seal)을 개발해 기밀성 확보 문제를 해결했던 마쯔다에게도 이 문제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또한 구조적 특성상 왕복 엔진의 곱절 이상 연료를 소모하는 에너지 효율, 낮은 토크로 인해 고회전 위주로 돌리면서 발생하는 발열,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 등 여러 문제가 로터리 엔진을 벼랑으로 몰았다. 결국 코스모에서 RX-7, RX-8까지 이어져 왔던 마쯔다 로터리 엔진 스포츠카의 계보는 지난 2012년 부로 끊기게 되었다.

프리스타일 도어 계승
구색만 갖췄다는 평가

비록 마쯔다가 로터리 엔진을 가까스로 되살리기는 했지만 좋은 반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로터리 엔진을 구동용이 아닌 발전용으로 얹은 건 둘째 치고 MX-30 자체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우선 마쯔다의 마지막 로터리 엔진 스포츠카 RX-8을 재해석한 프리스타일 도어부터 무리수라는 반응이다. 소형 SUV에 쿠페형 루프라인을 적용했고 발전용 엔진이 로터리 방식일 뿐 RX 시리즈와 어떤 공통점도 없는 모델에 RX-8의 상징적 요소를 채용한 건 그저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쯔다 MX-30 /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Doug DeMuro”

주행가능거리 161km
극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MX-30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건 주행가능거리다. 35kWh에 불과한 배터리를 얹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미국 EPA 기준 161km에 불과하다. 이는 RX-8이 단종되기 전 출시된 닛산 전기차 ‘리프’와 비슷한 수준이다.

마쯔다가 로터리 엔진을 탑재한 순수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다시 출시한다면 의미가 크겠지만 오는 2025년 유로 7 시행을 앞둔 현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네티즌들은 “마쯔다 내부에선 나름 참신하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우린 혼란스럽다”, “안 하느니만 못한 짓을 했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마쯔다 로터리 엔진 10년 만에 부활했다 그런데 EV용이라고?

소형 전기 SUV ‘MX-30’ 발전용 로터리 엔진 얹었다

시초는 독일 NSU 양산은 마쯔다

장점만큼 많았던 단점 결국 구동용 엔진 단종

“와 이걸 다시 만드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이것, 일본이 되살렸다